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때에도 시간은 지나간다.

들어오기 싫은 어두운 방안에 불을 키고 혼자 들어와 컴퓨터를 킨다.

습한 공기 속에 에어컨을 틀고 옷을 벗는다.

세탁기에 내동댕이 친 채로, 내 몸에 물을 붓는다.

차가운 물이 내 몸을 흩는다.

머리 위에서부터 떨어진 물은 내 눈앞을 하염없이 흘러, 내 어깨를 타고 가슴을 타고, 다리를 지나 흘러간다.

차갑다.

어김없이 지나간 기억들이 내 머릿 속을 헤집어 놓는다.

거품을 내 본다.

샤워타올 사이사이로 뭉게뭉게 생기는 거품이 샤워 타올을 한 가득 채웠다.

그 부드러운 느낌은 마치 내가 한 때 소유했던 느낌 같기도 하다.

솜사탕하고는 다른 부드러운 느낌.

샤워를 마친다.

수건으로 몸을 닦고 나오니 춥다.

에어컨은 참 유용한 놈이다.

켜진 컴퓨터에서 음악이 나온다.

수건을 세탁기에 넣고 거울 속에 나를 본다.

전신거울 속에 비친 나의 모습은 언제나 다르다.

어느순간 컴퓨터의 음악이 나를 사로 잡는다.

머리가 순간 멍해진다. 어지럽다.

밖으로 나간다.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아무 생각이 안나도록.

밤하늘 별을 보며 그 자리에 서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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