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짧은 소설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사다난한 날이었다.

우린 누구나 자기 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아간다. 

지난 날의 어려움은 마치 나만 겪는 일 같았고, 그렇게 힘겹고 어렵게 세상을 원망하며 살아왔다. 쉴틈없이 바쁜 지난 날, 난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아왔을까.


철없던 어린 아이는 작은 울타리를 넘어 들판으로 나왔다. 들판에는 작은 풀도, 꽃도, 나비와 벌도 있었고, 난폭한 멧돼지와 사자무리, 코끼리와 같은 거대한 것들도 있었다. 야생이 숨쉬는 그 들판에서 그들과 함께 자라는 듯 아닌듯,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고, 그렇게 어엿한 어른이 되었다.


동그란 나무탁자엔 작은 호롱등이 놓여있다. 온통 깜깜한 어둠 속에 작은 불빛 하나만이 밝게 빛나고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작은 탁자 옆에 두개의 동그란 의자가 마주보면 놓여있다. 중년은 되어보이는 두명의 사내가 앉아있다. 앞에 놓인 커다란 찌개냄비에 이미 식은지 조금 되어 보이는 김치찌개만이 얕은 색채를 보이고 있다. 

A는 소주잔에 술을 채운다. 들큰히 취한 A의 볼은 약간 발그래 했으며, 눈은 반쯤 감긴채로 술잔을 응시하고 있었다. A는 술을 잘하진 못하지만, 술자리를 좋아한다고 했다.

그가 정말 술을 좋아하는지, 아니면 술을 좋아해야만 했었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그 웃고 있는 얼굴은 이미 모든걸 놓아버린 부처님과 같았다.

B는 그윽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마치 어란 아이를 보는 아빠의 표정이다. 눈에는 약간의 눈물이 설어있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그을린 얼굴을 지닌 그의 표정은 웬지 모르게 슬픈 얼굴이었다.

둘은 말없이 연거푸 3잔을 들이부었다. 하나는 웃고 있었고, 다른 하나는 작은 미소와 함께 슬픈 눈매를 지니고 있었다. 

웃고 있던 A가 돌연 웃음을 그친다. 칠흑같은 어둠이 더욱 적막하게 지나간다.

둘은 다시 한 번 잔에 술을 따른다.

A : 그냥 그런가보다 해요. 이미 지나가버린거 어쩔 수 없잖아요.

B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A : 아, 이 형 왜이래. 아 형,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어. 괜찮아. 나 봐바, 혼자서도 잘 살잖아. 뭐 별거라고 그래.

B는 A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짓는다. 자신의 운명을 너무나도 채념해 버린 그런 미소였다.

A는 B의 그런 미소가 싫었다. A가 벌떡 일어났다. 그는 뚜벅뚜벅 걸어서 밖으로 나갔다. 

눈이 수북히 쌓여있다. 이미 손 한뼘만큼 눈이 쌓였다. A는 장작이 나뒤구는 마당 한구석으로 갔다. 눈 위에 무거운 발자욱이 하나씩 찍혔다. 담배 한대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다. 그는 저 먼 숲속을 바라보고 있었다. 소나무들로 즐비한 숲속 군데군데 눈이 달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검은 어둠 가운데, 눈들은 저마다의 색깔로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B가 따라 나왔다. 더욱 무거운 발자욱 하나가 눈길에 새겨졌다. B도 A의 옆에 섰다. 

둘은 맑은 밤하늘과 앞에 놓인 소나무숲 사이를 번갈아 보며, 연거푸 연기를 내뿜었다.

작은 공장처럼 둘은 연거푸 연기를 뿜어냈다.

밤하늘은 반짝이는 별들을 한아름 품고, 그들을 내려보고 있었다.



'생각의 소산 >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이 사라졌어요  (0) 2018.11.07
AND